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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를 걸고 매섭게 질주하다, 스피드스케이팅 김민석 선수
2018.06.07
년월호 2018년 3월호

전부를 걸고 매섭게 질주하다

1,500m 아시아 첫 메달 쾌거, 스피드스케이팅 김민석 선수

 

평창에서 값진 메달 두 개를 수확하더니, 어느새 미국으로 날아가 2관왕을 차지하고 돌아왔다. 피곤할 법도 하건만, 김민석 선수의 눈빛에서는 늘어진 기색을 찾아볼 수 없었다. 역시 젊음이 좋다며 감탄 섞인 농을 걸었다. 그러자 진지한 목소리가 돌아왔다. “스피드스케이팅은 제 전부니까요.” 그 순간 깨달았다. 그가 여기에서 만족하고 말 선수가 아니라는 것을.


글 | 강진우  자유기고가   사진 | 포토코리아

 

 

듬직한 ‘꽃청춘’, 안방에서 일내다
아시아 최초, 올림픽 메달리스트, 차세대 빙속 스타. 겹겹이 두른 타이틀에 걸맞게, 김민석 선수의 인기는 대단했다. 그를 알아본 팬들은 그의 몸짓 하나, 한 마디 말에 열광했다. 하지만 정작 흥미로운 점은 김민석 선수의 반응이었다. 수줍음 가득한 표정으로, 그러나 당차게 팬 서비스에 응하는 것이었다. 어느새 모든 팬들과 인사를 나눈 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국민들 응원 덕분에 여기까지 왔으니, 저도 기회가 있을 때 기쁨을 드리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이제 막 스물이 된 김민석은 그런 선수다, 속 깊고 믿음직한. 지난 2월 13일이 특히 그랬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안방이지만 그렇기에 부담감도 만만치 않은 무대.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에서 당당히 동메달을 따냈다. 1,500m는 순발력ㆍ지구력ㆍ페이스 조절 능력을 두루 갖춰야 하기에 좋은 성적을 내기 힘들거니와, 체격이 큰 서양 선수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평가돼 왔던 종목. 이를 증명하듯 지금껏 동양 선수가 1,500m 시상대에 선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바로 이곳에, 한국을 넘어 아시아 빙상 역사상 최초로, 김민석이 우뚝 섰다. 이토록 어려운 일을 해냈으니 어찌 주먹을 불끈 쥐지 않을 수 있으랴.
금메달이나 다름없는 값진 성과를 거뒀으니 더 이상 무서울 게 없었다. 뒤이어 열린 팀추월 경기에서도 이승훈, 정재원 선수와의 환상적 팀워크와 발군의 기량을 유감없이 선보이며 은메달을 거머쥐었다. 벌써부터 이승훈의 후계자라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그러나 김민석 선수 본인은 오히려 담담하다.
“제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승훈이 형은 올림픽 금메달을 땄어요. 저에게는 그때도, 지금도 우상 그 자체인 존재죠. 그런 형과 함께 팀추월 경기에 출전해 은메달을 목에 건 것만으로도 영광입니다. 그에 비하면 저는 아직도 갈 길이 멀었어요. 그런 만큼 더 열심히 훈련할 생각입니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승훈이 형을 넘어설 날이 올 수도 있지 않겠어요?(웃음)”

 



1,500m는 내 운명!
얼음 위에 서는 게 행복했다. 미끄러운 촉감, 몸을 흔들며 느끼는 짜릿함, 발을 구르면 여지없이 따라붙는 차갑고도 상쾌한 공기. 김민석 선수의 빙판 생활은 그의 나이 여덟 살, 즐거움으로 시작됐다. 쇼트트랙에 입문한 지 1년이 지났을까. 그의 코치가 직선 연습 삼아 스피드스케이팅을 타 보라고 조언했다. 다른 선수들과의 수 싸움이 치열한 쇼트트랙과 달리 오직 자신만의 레이스를 펼칠 수 있다는 점이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마침 김민석 선수의 재능을 알아본 코치도 그에게 스피드스케이팅 전향을 제안했다. 운명과의 조우는 이렇게 이루어졌다.
“중학교 1학년 때까지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을 병행했어요. 둘 다 매력이 넘쳤지만, 결국 선택의 기로에서 스피드스케이팅 쪽으로 향했죠. 하지만 지금까지도 여름이 되면 아침저녁으로 쇼트트랙 훈련을 하고 있어요. 제 최대 장점인 코너링을 한층 세밀하게 갈고닦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죠.”
서양 선수들과 경쟁하는 동양 스피드스케이터의 가장 큰 고민은 지구력이다. 기본적인 체격 조건에서 제법 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김민석 선수는 사이클 훈련으로 이를 극복하고 있다. 이번 평창동계올림픽 1,500m 경기에서 그의 첫 300m 구간 기록은 중위권인 23.94초였다. 그러나 후반 레이스에서 폭발적인 스퍼트로 치고 나가며 순식간에 기록을 끌어올렸고, 3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열심히 훈련해 왔다”는 그의 말에 얼마나 많은 피땀이 스며들어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1,500m 경기는 참 재미있어요. 순발력과 지구력, 페이스 조절력이 두루 중요해서 훈련 내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만들어요. 그런데 이 말은 세 가지 능력 모두가 뛰어나야만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는 뜻도 되잖아요. 그래서 좋은 성적을 거두거나 목표 시간에 도달했을 때 성취감이 한결 큰 것 같아요. 앞으로도 1,500m에서 아시아의 자존심을 꾸준히 보여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2018년의 김민석, 그 이상을 꿈꾸다
지금까지의 선수 생애에서 가장 중요한 대회였던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얻었지만, 김민석 선수는 숨 돌릴 틈 없이 미국 솔트레이크시티로 날아갔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주니어스피드스케이팅 선수권대회에 출전하기 위함이었다. 평창에서의 메달이 기폭제가 된 것일까. 그는 이 대회 팀추월과 팀스프린트 종목에서 금메달을 차지하며 정재원, 정재웅 선수와 함께 2관왕에 올랐다. 
기쁜 소식은 대회 밖에서도 이어졌다. 2월 마지막 날에 열린 제64회 대한체육회 체육상 시상식에서 체육대상을 수상한 것. 지난 한 해 동안 대한민국 체육 발전에 기여한 체육인들을 기리는 자리에서 가장 큰 상을 받은 만큼 감회도 남다를 터. 미국에 간 아들을 대신해 시상식에 참석한 아버지 김남수 씨는 “가문의 영광”이라는 말로 감격을 표현했는데, 이 생각은 김민석 선수 또한 다르지 않다.
“사실 저보다 훌륭한 선수들이나 체육계 선후배님들도 많은데, 체육대상을 받게 돼서 쑥스러움도 잠깐 느꼈어요. 하지만 지금까지의 노력을 알아봐 주셨다는 기쁨도 정말 컸죠. 더불어 앞으로 더 열심히 스케이트를 타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평창올림픽에서 메달에 체육대상까지, 올해는 정말 잊지 못할 한 해가 될 것 같아요!(웃음)”
작년 여름, 힘든 훈련에 지쳐 있을 때다. SNS를 보다가 어머니 메시지창에 띄워져 있던 글귀가 김민석 선수의 뒤통수를 때렸다. ‘고통 없이 얻어지는 것은 없다.’ 이후 이 말은 그의 좌우명이 됐다. 평창 땅 위에서 얼음을 지치며 한껏 지쳐 있을 때, 그 힘듦의 끝에 긍정적인 무언가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한 발 더 움직였다. 그리고 끝내 동메달을 자신의 삶에 끌어들였다. 이제 그는 또 다른 무언가를 인생에 편입시키기 위한 새로운 길에 나선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보며, 힘들어도 꿋꿋이 빙판 위를 질주하려 한다. 자신의 전부인 스피드스케이팅, 그 역사에 ‘2018년의 김민석’을 넘어서는 또 하나의 김민석을 새겨 넣기 위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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